흰 말을 탄 기사가 잔 하나를 앞으로 내민 채 천천히 나아간다. 투구와 발뒤꿈치에 날개 장식이 달려 있고, 말은 달리지 않고 걷는다. 앞쪽엔 개울이 흐르고 뒤로는 언덕이 보인다.
컵 기사는 마음을 들고 다가오는 사람이다. 나일 수도 있고 곁의 누군가일 수도 있다. 서두르지 않고, 말과 몸짓에 감정을 담아 건넨다. 이 카드가 나오면 반가운 제안이나 낭만적인 접근이 오가기 쉽다. 정성껏 고른 선물을 들고 오는 사람, 함께 일해 보자며 진심이 담긴 메일을 보내는 사람, 내가 먼저 용기를 내 저녁을 청하는 자리. 재고 따지기보다 마음 가는 쪽으로 한 걸음 내디딜 때다.
거꾸로 나오면 말만 남는다. 달콤한 말은 오가는데 행동이 따라오지 않거나, 기분에 따라 마음이 쉽게 바뀌는 사람이다. 곁에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내가 그런 쪽일 수도 있다. 다른 갈래로는 낭만에 너무 빠져 현실적인 조건을 다 놓친 경우다. 어느 쪽이든 약속보다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를 보면 된다.
짚어 볼 건 하나. 이 제안에 마음이 움직였다면, 그 사람이 지금까지 한 일 중에 말이 아니라 행동은 무엇이었나.
「백마 탄 왕자」로 읽으면 기다리는 쪽이 된다. 컵 기사는 오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림 속 기사는 누군가 와 주길 기다리지 않고 직접 잔을 들고 간다.
컵 2와 함께면 그 제안이 받아들여져 둘 사이의 약속이 된다. 컵 7과 겹치면 낭만이 상상 쪽으로 기운다. 듣기 좋은 계획이 많을수록 실제로 정해진 게 있는지 따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