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옷을 입은 여자가 눈을 가린 채 돌 의자에 앉아 있다. 두 팔을 가슴 앞에서 엇갈려 검 두 자루를 양쪽으로 들었다. 뒤로는 바위가 드문드문 솟은 바다가 있고, 하늘엔 초승달이 떴다. 겉보기엔 고요하지만 저 자세로 오래 버티기는 힘들다. 이 카드는 결정을 미루면서 균형을 잡고 있는 상태다.
두 가지 사이에 끼었을 때 자주 나온다. 받아들일지 거절할지 모르는 제안, 말할지 말지 정하지 못한 서운함, 둘 다 놓기 싫은 선택지. 눈을 가렸으니 어느 쪽도 안 보이고, 안 보이니 당장은 마음이 편하다. 문제는 그 편함이 결정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팔은 계속 아파 온다.
거꾸로 서면 미뤄 둔 결정이 더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덮어 두었던 사실이 튀어나와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마감이 와서 고를 수밖에 없게 된다. 반대로 정보가 너무 많이 쏟아져 오히려 더 못 고르는 경우도 있다.
이 카드가 확인해 보라는 건 하나다. 고르기 어려운 게 두 선택지가 정말 비슷해서인가, 아니면 한쪽을 고르면 마주해야 할 무언가가 있어서인가. 대개는 뒤쪽이다.
「아직 때가 아니니 기다려라」로 읽기 쉽다. 하지만 이 그림에서 기다림은 휴식이 아니라 버티기다. 안대를 내리고 보는 게 먼저고, 그다음에 기다릴지 정해도 늦지 않다.
연인과 함께면 마음이 걸린 선택이라 머리로만 풀리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검 에이스와 함께면 안대가 벗겨지는 자리다. 생각보다 답이 금방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