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붕대를 감은 사람이 막대기 하나를 짚고 서 있다. 뒤에는 막대기 여덟 개가 울타리처럼 줄지어 박혔다. 그는 지친 얼굴로 옆을 살핀다. 이미 몇 번 맞아 본 사람이다. 완드 9는 거의 끝까지 왔지만 몸도 마음도 바닥난 때, 그래도 마지막 힘은 남겨 둔 때를 말한다.
완드 9가 나오면 대개 막바지다. 몇 달 끌어 온 프로젝트가 마감 직전이거나, 이직 면접을 벌써 다섯 번째 보고 있거나, 집 문제로 계속 협상 중이다. 여러 번 부딪힌 탓에 의심이 늘었고, 새 제안이 와도 경계부터 한다. 그 경계는 이상한 게 아니다. 다쳐 본 사람이 조심하는 건 당연하니까.
거꾸로 나오면 두 방향이다. 하나는 정말 힘이 다한 경우. 버티는 게 더 이상 의지 문제가 아니라서, 쉬지 않으면 마지막 고비도 못 넘는다. 다른 하나는 방어가 지나친 경우로, 다시 다칠까 봐 문을 꽁꽁 닫다 보니 들어오려던 도움까지 막고 있다.
지금 남은 힘으로 끝까지 갈 수 있는지만 솔직하게 재 보면 된다. 갈 수 있으면 조금만 더. 아니라면 끝을 조금 늦추고 쉬어 가는 것도 버티는 방법이다.
「아직 멀었다」로 읽는 사람이 많은데, 뒤에 울타리처럼 박힌 여덟 개는 그동안 지켜 낸 것들이다. 손에 남은 건 한 자루뿐이다. 생각보다 끝이 가깝다.
은둔자와 같이 나오면 혼자 버틴 시간이 길었다는 뜻이라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게 도움이 된다. 검 4와 겹치면 지금은 밀어붙이기보다 쉬어 가라는 쪽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