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끝에 선 사람이 앞이 아니라 하늘을 보고 있다. 짐은 막대 하나에 매단 보따리가 전부고, 개 한 마리가 발치에서 짖는다. 이 카드가 말하는 건 무지가 아니라 아직 계산되지 않은 상태다.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배우기 전이라 겁이 없고, 그래서 남들이 못 떼는 발을 뗀다.
바보가 나오면 대개 무언가의 첫날이다. 직장을 옮기거나, 안 하던 걸 시작하거나, 오래 붙잡던 걸 놓는 자리다. 중요한 건 이 카드가 결과를 약속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잘 될 거라고 말하지 않고,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 여백이 좋은 소식인지는 지금 무엇을 재고 있느냐에 달렸다.
거꾸로 나오면 두 방향으로 읽는다. 하나는 뛰어들 자리가 아닌데 뛰어든 경우다. 발치의 개는 원래 경고인데 그 소리를 못 들은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반대로 절벽 앞에서 계속 서 있는 경우다. 준비가 덜 됐다는 말을 몇 달째 하고 있다면 그건 준비가 아니라 미루기다. 어느 쪽인지는 본인이 안다.
실제로 물을 것은 이것이다. 지금 망설이는 이유가 정보가 없어서인가, 아니면 잃을 게 무서워서인가. 앞이면 더 알아보면 되고, 뒤면 알아본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같이 나온 카드에 따라 온도가 크게 바뀐다. 마법사와 함께면 준비가 돼 있다는 쪽이고, 탑과 함께면 그 발이 절벽 밖이었다는 쪽이다. 바보는 혼자 있을 때 가장 읽기 어려운 카드라, 옆자리를 먼저 보는 게 순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