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 위에 지팡이·잔·검·동전 네 가지가 다 놓여 있다. 한 손은 하늘을, 한 손은 땅을 가리킨다. 이 카드의 요점은 재능이 아니라 재료다. 필요한 게 이미 다 손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걸 쓸지 말지만 남았다는 것.
마법사가 나오면 대개 능력이 문제가 아닌 상황이다. 할 줄 아는데 안 하고 있거나, 가진 걸 안 쓰고 있다. 사람들은 이럴 때 하나가 더 있으면 시작하겠다고 말한다. 자격증 하나, 돈 얼마, 사람 한 명. 이 카드는 그 목록이 대개 핑계라고 본다. 네 가지가 이미 탁자 위에 있다.
거꾸로 서면 같은 재료가 다르게 쓰인다. 말은 그럴듯한데 실물이 안 나오는 상태, 혹은 능력을 남을 구슬리는 데 쓰는 상태다. 마법사의 손재주는 원래 중립이라 무대에서 쓰면 마술이고 뒷골목에서 쓰면 사기다. 지금 누구를 설득하고 있는지, 그게 상대에게도 좋은 일인지 한 번 되짚을 자리다.
이 카드가 실제로 묻는 건 간단하다. 오늘 당장 시작한다면 정확히 뭐가 모자란가. 그 답이 안 나오면 모자란 건 없다.
마법사를 「원하는 걸 다 이룬다」로 읽으면 어긋난다. 이 카드가 가리키는 건 결과가 아니라 재료다. 탁자 위에 도구가 이미 다 놓여 있다는 뜻이라, 없는 걸 구해오라는 게 아니라 있는 걸 쓰라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준비가 끝났는데 시작을 안 하고 있는 사람 앞에서 제일 아프게 읽힌다.
여사제와 나란히 나오면 아는 것과 하는 것 사이가 벌어져 있다는 신호다. 은둔자와 함께면 혼자 다 하려는 자리로 읽는다. 마법사는 능력을 확인해 주는 카드라 대개 옆 카드가 그 능력을 어디에 쓰라고 알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