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등불을 들고 눈 덮인 산 위에 혼자 서 있다. 등불 안에는 별이 들어 있고, 그 빛은 멀리까지 못 간다. 딱 발밑 한 걸음만 비춘다.
은둔자가 나오면 대개 물러나야 할 자리다. 사람들 의견을 너무 많이 들어서 내 생각이 뭐였는지 모르게 된 상태, 회의를 스무 번 했는데 아무것도 안 정해진 상태. 이 카드는 더 모으지 말고 혼자 앉아 보라고 한다. 답이 밖에 없어서가 아니라 밖에서 온 답이 너무 많아서다.
등불이 한 걸음만 비춘다는 게 이 카드의 핵심이다. 전체 계획을 알아야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 이 카드는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한다. 다음 한 걸음만 보이면 그걸로 간다. 산은 원래 그렇게 오른다.
거꾸로 나오면 물러난 게 너무 길어진 상태다. 정리하려고 들어갔는데 나오는 걸 잊었거나, 도움을 청하면 될 자리에서 혼자 버티고 있다. 혼자 있는 것과 숨는 것은 다르다. 앞은 돌아올 날짜가 있고 뒤는 없다. 지금 어느 쪽인지는 언제 나올 건지 물어보면 안다.
은둔자를 외로움으로 읽는 경우가 많은데, 이 카드의 혼자는 밀려난 게 아니라 고른 것이다. 등불을 들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남에게 물어봐야 할 것과 혼자 답해야 할 것이 다르고, 이 카드는 후자를 가리킨다. 사람을 만나서 풀리는 문제였다면 이 카드가 안 나온다.
별과 같이 나오면 혼자 있는 시간이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쪽이다. 달과 겹치면 그 고립이 오히려 판단을 흐린다는 경고가 된다. 은둔자는 좋고 나쁨이 정해져 있지 않은 카드라 기간을 함께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