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무늬 옷을 입은 여인이 포도가 무르익은 정원에 혼자 서 있다. 장갑 낀 손 위엔 두건을 씌운 매가 앉아 있고, 포도 덩굴 사이로 금화 아홉 개가 보인다. 멀리 집이 한 채 서 있다. 혼자 일군 것을 혼자 누리는 카드다. 쓸쓸한 혼자가 아니라 남에게 기대지 않아도 되는 혼자다.
펜타클 9가 나오면 대개 내 힘으로 만든 안정이 있다. 처음으로 월세를 내 월급만으로 감당하게 됐거나, 몇 년 모아 원하던 물건을 망설임 없이 샀거나, 주말 하루를 누구 눈치 없이 온전히 쓰는 상황. 그동안 애쓴 걸 즐겨도 되는 때다.
거꾸로 나오면 두 갈래다. 하나는 그 여유가 사실 누군가에게 기대어 유지되는 경우다. 부모님 카드나 언제 끊길지 모르는 지원 같은 것. 다른 하나는 보여 주려는 소비가 늘어난 쪽으로, 사진은 근사한데 다음 달 카드값이 걱정된다면 여기에 가깝다.
스스로 물어볼 건 하나다. 지금 누리는 것 가운데 내 손으로 유지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인가. 그 선을 알고 나면 나머지는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다.
「부자가 된다」로 읽으면 넘친다. 이 카드의 풍요는 액수보다 자립에 가깝다. 매는 길들여져 있고 정원은 손질돼 있다. 저절로 굴러들어 온 게 아니라 오래 가꾼 결과라는 게 그림에 다 들어 있다.
여황제와 함께 나오면 넉넉하고, 그걸 누릴 줄도 아는 때다. 은둔자 옆이면 혼자인 게 편안함을 넘어 고립으로 기울고 있지 않은지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