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 위에 붉은 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다. 오른손엔 작은 지구본, 왼손엔 막대기 하나. 다른 막대기 하나는 벽에 고정돼 있고, 그 너머로 바다와 땅이 펼쳐진다. 성은 이미 그의 것이다. 그런데 눈은 성 안이 아니라 바깥을 향한다. 완드 2는 가진 걸 발판 삼아 다음 판을 구상하는 카드다.
완드 2가 나오면 대개 첫 단계는 넘겼고 다음을 정해야 하는 자리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조금씩 굴러가기 시작해 키울지 말지 고민하거나, 지금 회사에서 자리는 잡았는데 다른 곳 제안이 눈에 들어온 상황. 아직 움직이진 않았다. 지도를 펼쳐 놓고 어디로 갈지 재는 중이고, 이 단계에 쓰는 시간은 아깝지 않다.
거꾸로 서면 두 쪽으로 읽힌다. 고를 때가 왔는데 계속 미루는 경우가 하나다. 지구본만 돌리고 성 밖으로는 한 발도 안 나간다. 다른 하나는 시야가 좁아진 경우로, 익숙한 쪽만 보다 보니 선택지가 실제보다 적어 보인다. 어느 쪽이든 결정을 미루는 사이 상황이 대신 정해 버리기 쉽다.
따져 볼 건 지금 망설이는 이유다. 정보가 부족해서인가, 지금 자리가 편해서인가. 앞쪽이면 더 알아보면 되고, 뒤쪽이면 아무리 알아봐도 성벽 위에 그대로 서 있게 된다.
성이 그려져 있어서 「이미 다 이뤘다」로 읽기 쉽다. 하지만 이 그림의 무게는 성이 아니라 남자의 시선에 있다. 가진 것에 만족하는 카드가 아니라, 가진 것만으론 성에 안 차기 시작한 카드다.
완드 3이 이어 나오면 구상이 실행으로 넘어갔다는 뜻이다. 매달린 사람과 함께면 결정을 일부러 멈춰 둔 상태라, 서두르기보다 한 번 더 보라는 쪽으로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