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끝에 한 사람이 등을 보이고 서 있다. 막대기 셋이 땅에 박혀 있고, 그는 그중 하나를 짚은 채 바다를 내려다본다. 바다 위엔 배 몇 척이 떠 있다. 완드 2의 남자가 성벽 위에서 지도를 봤다면, 이 사람은 이미 배를 띄워 보냈다. 벌여 둔 일이 바깥으로 뻗어 나가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자리다.
완드 3이 나오면 대개 할 일은 해 둔 상태다. 지원서를 냈거나, 견적을 보냈거나, 처음 만든 물건을 시장에 내놨다. 이제는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줄고 기다림이 늘어난다. 그렇다고 멍하니 서 있는 건 아니다. 저 배가 돌아오면 무엇을 할지, 판이 생각보다 커지면 어떻게 받을지 미리 그려 두는 시간이다.
거꾸로 나오면 두 가지다. 기다리는 결과가 생각보다 더디게 오는 경우가 하나. 계획이 틀렸다기보다 바깥 날씨가 바뀐 쪽이라, 일정에 여유를 두면 된다. 다른 하나는 예상을 처음부터 너무 크게 잡은 경우다. 배 세 척을 보내 놓고 열 척이 돌아오길 바라고 있으면, 뭐가 와도 실망스럽다.
여기서 물어볼 건, 기다리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없는가다. 의외로 많다. 다음 단계 준비, 연락 정리, 안 됐을 때의 대안까지.
「곧 좋은 소식이 온다」로만 읽으면 반쪽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사람은 기다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더 넓은 바다를 보고 있다. 돌아올 결과보다 그다음 판을 생각하라는 쪽에 가깝다.
세계와 같이 나오면 멀리 나가는 일, 해외나 더 큰 무대와 엮인 이야기가 되기 쉽다. 완드 8이 뒤따르면 기다리던 답이 한꺼번에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