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실루엣의 사람이 등을 보인 채, 구름 위에 떠 있는 잔 일곱 개를 마주하고 있다. 잔마다 든 게 다르다. 사람 얼굴, 천을 뒤집어쓴 빛나는 형상, 뱀, 성, 보석, 월계관, 용. 무엇이 진짜 손에 잡히는 것인지 그림만 봐선 알 수 없다.
컵 7은 갈래가 너무 많아 고르지 못하는 상태다. 이직을 할지 공부를 더 할지 창업을 할지, 소개받은 사람 셋 중 누구를 만날지. 하나하나 다 그럴듯한데, 그중 몇 개는 사실 내 바람이 만든 그림이다. 생각만 할 때는 모든 선택지가 제일 좋은 모습으로 떠오르니까. 그래서 고민은 길어지는데 실제로 해 본 건 하나도 없는 때가 많다.
거꾸로 나오면 구름이 걷힌다. 들떠 있던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정말 해 볼 만한 것 한두 개가 추려진다. 다른 갈래도 있다. 선택지가 줄어든 게 아니라 고르는 일 자체를 포기하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경우. 앞쪽이면 남은 하나에 힘을 모으면 되고, 뒤쪽이면 미뤄 둔 결정이 결국 남이 대신 정한 결과로 돌아온다.
컵 7이 묻는 건 하나다. 이 일곱 개 중에 다음 주에 당장 첫발을 뗄 수 있는 게 몇 개인가.
「기회가 많다」로 읽으면 어긋난다. 선택지가 많다는 것과 기회가 많다는 건 다르다. 이 그림의 잔들은 구름 위에 떠 있다. 땅에 내려와야 기회가 된다.
달과 함께 나오면 착각이 겹쳐 있다는 경고가 커진다. 전차와 나란히 서면 하나를 골라 밀고 나갈 때가 왔다는 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