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총괄 반장
‘여기까지 왔으니까’로 일행 체력을 갈아 넣습니다
계획대로, 효율로, 사람 속에서. 단톡방 공지가 곧 일정표인 사람.
팩폭
인정하기 싫겠지만- 01좋은 거 지나치면서 일정표는 지켰죠
- 02쉬러 갔다가 브리핑만 하고 왔어요
왜 이렇게 나왔나
ESTJ이런 사람이에요
여행 전부터 단톡방에 공지가 올라옵니다. 몇 시 집합, 어디서 뭘 먹고, 표는 언제 끊고 환전은 얼마나 할지가 표로 정리돼 있고, 그 표가 실제로 지켜져요. 누군가는 이걸 답답해하지만 대부분은 편해합니다 — 뭘 정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이 사람이 끼어 있으면 여행이 알아서 굴러간다는 안심을 다들 받습니다. 여행이 하나의 프로젝트라면, 이 사람은 부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PM 자리에 앉는 유형이에요.
결정이 빠른 이유는 낭비를 못 견뎌서입니다. 줄 서는 시간, 헤매는 동선, 흐지부지되는 회의 같은 걸 싫어해서 미리 다 계산해둬요. 몇 시에 어디서 나와야 다음 일정을 안 놓치는지가 이미 머릿속에 들어 있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져도 대안이 준비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과 가면 시간도 돈도 안 버리고 큰 사고도 잘 안 나요. 다들 우왕좌왕할 때 “일단 이 순서로 가자”가 나오는 게 이 사람입니다.
약점은 여백이 없다는 것. 계획에 없던 좋은 걸 만나도 표를 지키려 지나치고, 같이 간 사람이 “좀 쉬자”고 해도 “여기까지 왔으니까”로 밀어붙일 때가 있어요. 그러다 여행이 끝나고 남는 기억이 “많이 봤다”로만 정리되기 쉽습니다. 효율은 이미 충분하니 이제 이 사람에게 필요한 건 계획을 이기는 우연 한 번이에요. 하루는 통째로 비워두고 그날만큼은 표를 접어보면, 이 사람의 여행이 훨씬 깊어집니다. 정확함은 이미 최고 수준이니, 이제 배울 건 그 정확함을 잠깐 내려놓는 여유 하나뿐이에요. 아무 계획 없이 흘러간 반나절이 의외로 그 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