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을 맡은 장부지기
티 안 나는데 본인 빠지면 바로 표가 납니다
뒤에서, 손에 잡히는 일을, 규칙대로, 자리를 지킨 사람.
팩폭
인정하기 싫겠지만- 01예외를 못 견뎌서 융통성 없단 소리 듣죠
- 02숫자 어긋나면 밤을 새워서라도 맞춰야 잠이 와요
왜 이렇게 나왔나
ISTJ이런 사람이에요
무엇이 얼마나 있고 무엇이 나갔는지를 틀림없이 적어둔 사람입니다. 앞에 나서 목소리를 내기보다 곳간과 장부를 조용히 지켰을 텐데, 이 사람이 없으면 살림이 어디서부터 새는지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눈에 보이고 셀 수 있는 것을 다루는 데서 마음이 놓였고, 어림짐작으로 대충 넘기는 일을 특히 못 견뎠으며, 숫자가 어긋나면 밤을 새워서라도 맞춰놓아야 직성이 풀렸을 겁니다.
정한 규칙을 그대로 지키는 사람입니다. 오늘 한 번 예외를 두면 내일도 예외가 된다는 걸 알아서, 딱한 인정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게 한결같은 것이 이 사람에겐 곧 신뢰였습니다. 덕분에 맡긴 것은 한 톨도 축나지 않았지만, 융통성 없다는 말도 들었을 텐데 본인은 그걸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라 여겼을 겁니다. 화려한 공을 세우진 않아도 맡은 것을 한 치 어긋남 없이 지켜내는 그 성실함이, 결국 마을 살림을 오래도록 떠받친 보이지 않는 뼈대였을 거예요.
한자리에서 오래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걸 지루해하지 않았을 사람입니다. 떠돌며 새것을 좇기보다 제 몫을 끝까지 지키는 데서 자부심을 찾았을 텐데, 미리 정해둔 순서대로 하루를 꾸리는 게 이 사람에겐 편안함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요란하진 않아도 이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곧바로 티가 났을 거예요. 지금도 맡은 걸 끝까지 정확히 해내는 사람이라면, 그 손버릇이 꽤 오래된 셈입니다. 요란하지 않아도 어긋남 없이 제 몫을 지키는 그 성실함은,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살림 전체를 떠받치는 뼈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