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을 살림을 쥔 아전
규칙 세워놓고 제일 먼저 지키느라 본인이 갇힙니다
앞에 서서, 손에 잡히는 일을, 규칙대로, 자리를 지킨 사람.
팩폭
인정하기 싫겠지만- 01어질러진 걸 못 보고 결국 본인이 정리하죠
- 02맡기면 되는데 못 믿어서 결국 다 떠안아요
왜 이렇게 나왔나
ESTJ이런 사람이에요
관아의 살림을 실제로 굴렸을 사람입니다. 곡식이 얼마고 부역이 며칠이고 누가 무엇을 냈는지, 눈에 보이고 셀 수 있는 것을 틀림없이 챙겼을 거예요. 두루뭉술하게 “대충 이쯤”이라 넘기는 걸 못 견뎠고, 숫자가 맞아떨어져야 마음이 놓였을 겁니다. 일이 어그러지면 원님보다 먼저 나서서 정리했을 텐데, 나서는 걸 부담스러워하기보다 “내가 맡으면 굴러간다”는 걸 알아서 맡았을 겁니다.
규칙을 세워두고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 쪽입니다. 오늘 한 번 예외를 두면 내일도 예외가 된다는 걸 알아서, 인정에 흔들려 장부를 고치는 일은 없었을 거고, 그게 이 사람에겐 공정이었습니다. 옳다고 정한 것은 반발이 있어도 밀고 나가는 뚝심이 있었을 텐데, 덕분에 마을 살림이 어지간해선 무너지지 않았지만, 사정 좀 봐달라던 이들에겐 야박한 사람으로 남았을 거예요. 둘 다 사실입니다. 앞에 서서 무리를 정돈하는 것이 이 사람에겐 부담이 아니라 마땅히 할 일이었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흐트러진 것을 바로잡아 두어야 비로소 하루가 끝난 듯한 기분이 들었을 겁니다.
한자리에서 오래 일하는 게 잘 맞습니다. 떠나는 사람들을 배웅하면서도 본인은 남는 쪽을 골랐을 텐데, 그건 겁이 아니라 여기 지킬 것이 있다는 판단이었을 겁니다. 새것을 좇기보다 이미 맡은 것을 흠 없이 지켜내는 데서 자부심을 찾았을 사람이라, 요란하진 않아도 이 사람이 빠지면 곧바로 표가 났을 거예요. 지금도 맡은 일을 끝까지 책임지고, 흐트러진 걸 못 보고 정리하는 사람이라면, 그 손버릇이 꽤 오래된 셈입니다.